유럽 연구진, 천문학적 정보량 수만년 보존 기술 개발,`DNA 이용 저장장치' 10년 내에 값싸게 실용화 전망
영국 과학자들이 수만 년 동안 보존되는 DNA에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해 실효를 입증했다고 BBC 뉴스와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 보도했다.
유럽 바이오정보연구소(EMBL-EBI) 과학자들은 최소한 1억 시간 분의 고화질 비디오를 한 컵 분량의 DNA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는 현재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영화와 비디오, TV 프로그램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들은 학술 논문 한 편과 연구실 사진 한 장,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으로 이루어진 서정시의 한 형태) 154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일부 등 739킬로바이트 분량의 정보를 자신들이 인공 합성한 DNA의 일정 영역에 저장한 뒤 이를 다시 100%의 정확도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하버드대학 과학자들도 비슷한 실험을 해 디지털 정보를 DNA 안에 저장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지만 새 방식은 이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기까지 해 더 높은 신뢰도를 갖는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들은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정보의 총량이 3제타바이트(ZB: 1ZB는 2의 70제곱 바이트)이며 생명 과학 분야의 DNA 염기서열 분석 등 새로운 대규모 정보가 계속 쌓여 저장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드 디스크는 값비싸고 지속적인 전기 공급이 필요하며 전력이 필요 없는 자기장 테이프 같은 물질도 수명이 10년 미만인 데 비해 수만 년 전 동물 화석에서 증거로 나타나듯 DNA는 수명이 수만 년이나 된다. DNA를 해독하는 일은 비교적 단순한 일이지만 이를 암호화하는 일은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데 큰 장애가 됐다.
첫째 문제는 기존 방식으로는 DNA를 짧은 끈으로만 만들 수 있다는 것, 둘째는 DNA의 기록과 해독이 모두 오류 가능성이 많고 특히 DNA의 같은 염기가 반복될 경우 오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극복하는 새로운 암호화 방식을 개발했다.
새 방식은 DNA의 염기 4종을 나타내는 네 글자를 사용하긴 하되 완전히 다른 `언어'로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애질런트 테크놀러지스사가 지원에 나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는 꿈이 있다"의 일부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등의 MP3 파일을 새 언어로 암호화해 먼지 알갱이 한 개 크기의 DNA에 수록해 우편으로 영국 과학자들에게 보내 왔다. 연구진은 이 DNA를 해독해 오류 없이 파일을 풀 수 있었다.
연구진은 "우리는 건조하고 어둡고 온도가 낮은 세 가지 조건만 맞으면 1만년 이상 보존되는 분자를 이용해 오류 없는 정보 저장 방식을 만들어 냈다"면서 "DNA 해독 장치만 있으면 언제든지 이를 해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비용은 현재 메가바이트당 1만 2천400 달러나 들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10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이들은 이런 속도라면 누구든 자신의 하드 드라이브로부터 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클라우드 운영 회사가 이를 DNA 형태로 돌려보내 수백,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이 모든 일이 10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연합뉴스);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30124102213512